노동자의 책 처음으로 | 사전 | 자유게시판 | 회원자료 | 로그인

 

       ■ 의견바로가기

[영미권 미학연구 동향] ()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영ㆍ미 미학에서 보인 하나의, 그러나 매우 두드러진 특징은 미와 예술의 사상(事象)을 직접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미와 예술에 대해 서술한 문장을 대상으로 삼는 연구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그것들은 미학사상 다양하게 나타난 학설과 예술에 대해 그 언어와 개념의 의미를 분석하고 이론을 명확히 정립하는 것을 과제로 삼는다. 이러한 연구는 비트겐쉬타인, 특히 그의 후기 사상을 토대로 하여 전개되고 있는 현대 분석철학의 방법론을 미학 영역에 적용시킨 것인데, 이것은 또한 분석철학적 미학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의 미학이 부적절한 언어사용으로 인해 쓸데없이 혼란을 불러일으켜 난해하고 애매한 이론을 전개해온 경향이 있다고 한다면, 원래 경험주의ㆍ실증주의적 풍조가 강한 영ㆍ미에서 우선 기존에 거론되었던 말들의 의미 이해를 둘러싼 미학이 나타났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띤 미학은 언어나 개념을 분석하고 서술을 명확히 하기 위해 원리를 추구하는 것이지, 미와 예술의 체계적 이론을 확립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따라서 논문형식으로 발표된 것이 많고, 그것들을 편집한 선집도 몇 가지 간행되었다). 여하튼 문장이 논리적으로 애매한 것은 여기에 사용된 언어나 개념의 의미가 불명확하든가, 혹은 그것들의 배열과 결합이 부적절한 것에 기인하기 때문에, 이 연구방향에는 특히 개념과 이론에 관한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고, 심리적ㆍ역사적 사실에 관한 문제는 고찰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미학상 주요 개념 -미ㆍ예술ㆍ미적 경험ㆍ미적 가치ㆍ미적 판단ㆍ감정 표출ㆍ해석 등-의 의미가 반복되어 물음하고 그 논술형식이 분석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바이츠(Morris Weitz,1916~)가 그의 논문『미학에서의 이론의 역할』(the role of theory in aesthetics, 1956)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을 일례로 인용해 보자. 이제까지의 미학 혹은 예술철학의 주요한 이론은 예술의 본질을 논하기에 이르렀고, 예술을 다른 것과 구별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특징을 진술하여 예술을 정의하려고 해왔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아주 광범위하거나 협소한 각양각색의, 때로는 순환적인 정의를 부여하는 데 머물러 그리 만족할만한 정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실제 이러한 이론들은 본래 정의가 불가능한 것에 대해 정의하려고 하는 헛된 시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예술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예술이란 어떤 개념인가”라고 물어야만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개념이란, 그 적용조건이 늘 수정되면 열려지게 되고, 그 적용에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조건이 진술되면 닫히게 된다. 따라서 예술의 개념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이 창조되기 때문에 그 적용조건을 명확히 규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열려진 개념(openconcept)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그 하위개념인 소설ㆍ회화ㆍ조각ㆍ오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개념에 대해서는, 가령 ‘소설’로 간주되어온 일련의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어떤 작품이 나타났을 때 그러한 작품 출현은 기존의 개념을 확장하여 그것을 소설에 포함시키든가 혹은 새로운 개념을 설정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종래의 존재방식은 해당 작품이 이미 소설이라고 불리는 작품들과 공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그것이 소설인지 아닌지를 판정하는 것인데, 이것은 열려진 개념을 마치 닫친 개념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문제(factual problem)를 판결문제(dicision problem)와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대체로 “x는 예술작품이다”라는 명제가 기술적(記述的) 의미로 서술될 때는, ‘예술’의 개념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조건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어느 정도 공통된 특징들 - 그 모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중 대다수가 필요한 특징들의 묶음 - 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에 비하여 같은 명제가 평가적으로 서술될 때에는 해당 작품을 칭찬하여, 그것이 예술로서 호감이 갈만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표명하고 있다. 위에서 두 경우는 각각 그 판단의 기준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예술이론은 이와 같이 다양하게 선호하는 것에 따라 선택되었던 ‘평가의 기준들’을 ‘인식의 기준들’과 혼동해 왔다. 이리하여 결국 예술의 정의라는 것도 사실은 진정한 정의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 계통의 미학은 직접ㆍ간접으로 이제까지의 미학, 특히 그 중에서도 관념론적 미학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이것과 관련하여 미학의 학문적 성격을 새삼스럽게 묻는 논문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미학의 중심문제인 ‘미’의 판정, 즉 미적 가치 판단이 언어로 표명되는 부분은 예술비평이기 때문에 비평의 원리와 기준을 테마로 한 논문도 많다. 본래부터 영ㆍ미 미학은 비평과 특별히 친숙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래서 현대 영국의 대표적 미학자인 오스본(Harold Osborne, 1905~)은『미학과 비평』(Aesthetics and criticism, 1955)의 서문에서, 미학자는 자기 목적을 위해서 비평문(critical writing)을 자료로 사용할 필요가 있는 이상, 비평을 음미하고, 비평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논증하기 위해서 비평의 ‘비판철학’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또 실제로도 그것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표적 미학자인 비어쥴리(Monroe C. Beardsley)는『미학』(Aesthetics)서문에서, 미학은 넓은 의미에서의 비평적 진술(crit
ical statement)을 명료하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 요구되는 원리들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미학은 비평철학 혹은 메타비평(metacriticism)이라고 생각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저서에는 미학의 다방면에 걸친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미적 가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 보통의 비평에서 미적 판단은 "이것은 훌륭한 소나타이다. “라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것은 훌륭한 미적 대상이다.”라고 할 때 ‘훌륭한’(good)이라는 말을 부가어적(adjunctive)으로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한 조건은, 가령 ‘훌륭한 X’ 라는 어구에서 X가 기능류(function-class)를 나타내는 명사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기능류(機能類)란 무엇인가 하면, 우선 몇 개 정도의 대상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대상들 사이에 몇 개의 공통된 내적 특징 - 예를 들면 형과 색과 재료에 관한 - 이 있어 그것 때문에 동일한 종류에 속한다고 생각하여 이와 같은 종류를 구별한 후, 이 종류의 성원일 수는 있지만 다른 유사한 종류의 성원이 될 수는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한다면 [다른 종류에 속하는 어떤 대상이 이 종류의 구성원 두세 개를 합한 것보다도 그것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혹은 평균적으로 보아 그것을 가장 잘 혹은 유일하게 수행할 수 있는 종류가 있다고 한다면], 이것이 바로 기능류이다. 그 성원은 모두 수행 정도는 각각 다를지라도 특정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훌륭한 X이다"(this is a good X.)라는 말은 “이것은 X이고, X의 기능이 있는데, 이것은 그 기능을 잘 수행한다.”(This is an X, and there is function of X's that it successfully fulfills.)는 것을 의미한다. ‘훌륭한 미적 대상’의 경우, 우선은 미적 대상이 기능류인지 아닌지가 문제 된다. 미적 대상으로는 될 수 있어도 다른 사물로는 충분치 못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상을 지각하는 사람 내부에 미적 경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바로 여기에서 미적 대상은 기능류인가 라는 물음이, 미적 경험이라 부르는 것이 어떤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바뀌게 된다. 미적 경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미학자들이 내적인 반성에 의해 그 특징을 일일이 열거해 왔고, 우리 역시 각자의 경험 속에서 그것을 검증하였다. 미적 경험은 다른 경험보다도 (1)한층 통일되어 있고, (2)그것을 지배하는 감정적 성질이 한층 강하며, (3)통일된 요소들의 범위나 그 차이점이 한층 복잡하다. 이러한 세 개의 특징을 한데 묶어 크기(magnitude)라고 부른다면, 경험은 다른 경험보다도 한층 커다란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X는 훌륭한 미적 대상이다.”라는 말은 “X는 상당히 커다란 크기의 미적 경험을 낳는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한 “훌륭한 미적 대상이라는 것”은 “미적 가치를 갖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X는 미적 가치를 갖는다.”라는 말은 “X는 상당히 커다란 크기의 미적 경험을 낳는 힘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는 대상이 미적 경험을 유효하게 불러일으키는 용구로서 기능하는 데 따라 ‘미적 가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어즐리는 이것을 미적 가치의 도구적 정의(instrumentalist definition)라 부르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미적 가치는 객체와 주체의 관계에서 성립하는 것이지만, 필경 그는 이 양자의 관련을 언어표현이 갖는 의미의 측면에서 규정하려 시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분석철학적 미학은 그 자체로는 적극적인 인식성과를 낳는 것이 아니고, 또 때로는 아주 말초적인 논의로 떨어져 버리기도 하지만, 언어적 진술의 의미를 확실하게 하려는 노력과 그때 선택되는 새로운 견해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 인접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론
야스퍼스
양식
영감
영미 미학(19 세기)
영미권 미학연구 동향
영미권 미학연구 동향
예술
예술 비평
예술 유형
예술 작품의 구조

뒤로
■ 의견

 



HOME - 후원방법 안내 - CMS후원신청 - 취지문 - 사용 도움말 - 회원탈퇴하기

2002 노동자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만들기 모임
120-702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202호 44
laborsbook@gmail.com
모바일버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