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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빈곤의 경제학 (1 MB)
빈곤의 경제학
폴 콜리어 지음 , 류현옮김
출판사 - 살림
초판일 - 2010-01-15
ISBN - 9788952213235
조회수 : 3658

● 목 차

들어가는 글 = 6

제1부 무엇이 문제인가
제1장 뒤처지고 와해되어 가고 있는 밑바닥 10억 = 19

제2부 네 가지 덫
제2장 분쟁의 덫 = 43
제3장 천연자원의 덫 = 85
제4장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의 덫 = 115
제5장 작은 국가의 나쁜 통치 = 136

제3부 세계화는 구제 수단이 될 수 있는가
제6장 기회의 상실 : 세계 경제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밑바닥 10억 = 163

제4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제7장 구제 수단으로써 원조? = 201
제8장 군사 개입 = 255
제9장 법률과 헌장 = 278
제10장 주변화를 해소하기 위한 무역 정책 = 323

제5부 밑바닥 국가들을 위한 투쟁
제11장 행동을 위한 의제 = 359

옮긴이의 말 = 398
참고문헌 = 405
찾아보기 =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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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세계의 슬럼지대로 몰락한 최빈국 10억, 그들은 왜 그토록 가난한 것인가?
그들의 빈곤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밑바닥 10억의 진실, 그리고 인류의 진보를 막는 빈곤문제의 해법!

세계는 20 대 80이 아니라, 80 대 20이 되어가고 있다!
통계와 경제학으로 파헤친 최빈국의 진실

지금 세계의 한쪽에서는 10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절망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례 없는 풍요로움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왜 이들 밑바닥 10억의 인구는 그토록 가난한가? 이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옥스퍼드 경제학과 교수이자 아프리카 빈곤 전문가 폴 콜리어(Paul Collier)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책을 펴냈다.
콜리어는 자신의 주 전공인 다양한 통계자료와 경제학적인 분석 수단을 사용하여 최빈국들을 빈곤에 빠뜨리는 네 가지 덫을 이야기한다. 이런 엄밀한 통계야말로, 우리들이 흔히 범하는 빈곤 문제에 대한 감상적이고 추상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밑바닥 국가들의 진면목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의 슬럼지대로 변모하고 있는 최빈국들의 현실을 진단하고 이제 그들의 방향을 선회하여 고통에서 희망으로 나아가자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데에 있다.
먼저 콜리어는 우리가 통념적으로 알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분화 구조에 의문을 제기한다. 더 이상 세계는 20의 선진국과 80의 개발도상국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은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중진국과 선진국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반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나라들과 미얀마, 캄보디아, 네팔 등 중앙아시아의 여라 나라들, 그리고 아이티 같은 일부 중남미 국가 세계 50여 개국의 밑바닥 국가들은 수십 년간 성장을 멈춘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개발도상국가로 묶어 버리는 국가들 간에서도 경제규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콜리어는 이런 현상의 귀결로 수십 년 뒤에는 세계가 80의 잘사는 나라와 20의 못사는 나라로 갈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결국 현재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광범위한 정의, 즉 중국과 소말리아를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놓는 정의는 바로 밑바닥 10억 인구야말로 국제 사회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쏟아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간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밑바닥 국가들에 일어나고 있는 진실
자본과 인재의 유출 / 자원개발에만 골몰하는 선진국 / 지성이 결여된 채 선의로만 일관하는 NGO

콜리어는 밑바닥 국가들에게 세계화는 그들의 자본과 인재를 유출시키는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쳐왔다고 주장한다. 먼저 자본 도피이다. 어떤 나라가 경제가 발전하려면 기본적으로 나라 안에 돈이 들어와서 국내 투자가 늘고 내수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에선 부패가 심하기 때문에, 부패로 모은 검은 돈을 외국으로 빼돌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돈을 경제 여건이 형편없는 자국에 투자하기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해외국가에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에 국내 경제는 더욱 침체된다. 다음으로 인재 유출을 들 수 있다. 실질적으로 밑바닥 국가들의 각 분야에서 활력을 불러일으켜야 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자국이 아닌 더 살기 좋은 나라를 찾아 떠나 버린다는 것이다. 밑바닥 국가들에서 선진국의 유학 기회를 잡은 사람들은 유학을 마쳐도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콜리어는 이 같은 최빈국들의 자본과 인재의 유출이 그들의 국내 사정을 더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지적하다.
또한 콜리어는 밑바닥 국가들의 나쁜 정치는 외면한 채, 최빈국들의 천연자원 확보에만 골몰하는 선진국들의 행태를 비난한다. 특히 그는 중국인들의 노골적인 자원 외교를 비판하는데,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면피를 위해 호주머니가 궁해지자 중국에 손을 벌렸고, 중국은 기꺼이 환영했다. 2006년에 중국 부총리 쩡칭홍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연신 “우리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는 말을 달고 다녔는데, 이것은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원탐사 및 개발에 있어서 내부 정치 상황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또한 콜리어는 국제 NGO인 크리스천 에이드의 아프리카 보호 무역에 대한 캠페인의 무지를 비판한다. 2005년 크리스천 에이드는 아프리카의 보호 무역을 옹호하는 캠페인을 중점 추진 사안으로 진행시켰고, 아프리카의 무역 장벽 완화로 이 지역에 2,720억 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콜리어가 확인해 본 결과, 그들이 인용한 연구 자료는 터무니없다는 것이었다. 콜리어는 아프리카의 보호 무역이 결국은 그들 제조업들의 생산성 저하를 가져오고, 득보다는 해가 큰 조처라고 주장한다. 기?들은 협소한 자국의 시장에 만족하며 외부 경쟁으로부터 보호 받고 있지만, 자국민들은 세계 수준보다 높은 물가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콜리어는 세계 각국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NGO의 이런 분별없는 열정이 오히려 밑바닥 국가들을 더 힘들게 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최빈국 나라들이 빠진 빈곤의 덫

그럼 콜리어는 최빈국들이 어떤 덫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는 것일까? 콜리어는 ‘분쟁의 덫’, ‘천연자원의 덫’, ‘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의 덫’, ‘작은 나라의 나쁜 통치의 덫’을 최빈국들의 네 가지 덫으로 들고 있다.

● 분쟁의 덫
저자가 얘기하는 분쟁이란 내전과 쿠데타를 가리킨다. 그럼 왜 최빈국에서는 이런 분쟁 상황이 흔하게 나타날까? 그동안 우리는 분쟁의 원인을 한 나라 안의 종족적 다양성, 소득 불평등, 그리고 정치적 억압 에서 찾았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보자면, 선진국들이 아프리카를 식민통치 할 당시에 그들이 그은 국경선 때문에 나라 안의 종족적 다양성과 갈등이 생겨났고 현재 다양한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콜리어가 계량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런 통념은 사실이 아니었다. 콜리어는 어떤 나라에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 나라가 가난할수록, 성장률이 낮을수록, 그리고 천연자원이 많을수록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컨대 자연재해를 통해 해당 지역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면, 분쟁의 가능성이 덩달아 높아졌던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종족의 다양성이나 정치적 억압 같은 것은 큰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 천연자원의 덫
밑바닥 10억의 나라들이 빠져 있는 두 번째 덫은 천연자원의 덫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이 축복이 아니라 덫이 된다니, 잘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경제학계에서는 풍부한 천연자원이 경제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가리켜 ‘천연자원의 저주’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왜 천연자원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인가?
첫째는 이른바 ‘네덜란드 병’이라는 것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자원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인다. 외화가 국내로 많이 유입되면 국내 통화의 가치가 오르고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 만드는 제조업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없어져서 제조업의 발전이 어려워진다. 둘째로, 천연자원은 세계 경제의 경기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천연자원 수출국은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한다. 문제는 호황기에 번 돈을 허투루 낭비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자원이 떨어져갈 쯤에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제적 이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천연자원을 둘러싼 권력투쟁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있으면 집권층은 이것에 기생해서 쉽게 부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노리고 권력을 잡으려는 모험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이들이 독재정권이 된다. 이것은 민주주의 정부라고 해도 마찬가지인데, 밑바닥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자칫 포퓰리즘으로 변질되기 쉽다. 천연자원을 팔아 얻은 정부 재정은 미래를 위한 투자재원으로 쓰기보다는 당장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소비용 재원으로 쓰는 경향이 나타난다. 더욱이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정부 재정은 국민들의 세금보다는 자원을 팔아 얻은 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자국의 정부 감시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의 덫
다음은 ‘내륙국’이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빚어지는 덫이다. 한국처럼 바다가 면해 있는 나라는 외국과의 무역이 쉽다. 항구까지 물건을 싣고 가서 외국으로 선적해 보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간다나 차드처럼 내륙에 있는 나라는 해안까지 가기 위해서 주변국을 통과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콜리어에 따르면 최빈국 중 38% 정도가 이런 내륙국에 해당한다.
물론 내륙국이라도 번영하는 나라들이 있다. 스위스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스위스는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부유한 나라들을 주변국으로 두고 있다. 주변국의 교통 인프라를 이용하여 스위스는 가까운 무역항에서 상품을 수출할 수 있고, 물론 독일과 이탈리아에 직접 수출을 할 수도 있다. 부자 이웃을 가진 내륙국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반해 밑바닥 10억 속의 내륙국들은 대부분 나쁜 이웃에 둘러싸여 있다. 예컨대 우간다의 이웃하는 국가들 면면을 보자. 30년 동안 경제가 침체된 케냐, 내전에 휩싸인 수단, 후투족과 투치족 사이에서 대량학살을 경험한 르완다, 국가가 거의 붕괴 직전인 소말리아 그리고 우간다를 무력 침공한 적이 있는 탄자니아!
이렇게 주변국이 중요한 이유를 콜리어는 스필오버 효과에서 찾는다. 그가 통계를 분석해 본 결과 주변국이 1%의 경제 성장을 하면 평균적으로 자국의 경제 성장률도 0.4% 올라갔다. 얼마나 좋은 친구들을, 반대로 나쁜 친구들을 이웃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 작은 나라의 나쁜 통치의 덫
콜리어는 밑바닥 국가의 4분의 3은 대체로 아주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집단의 정부를 구성하고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위해 제도를 만들며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 국가에선 무능하고 부패한 자들이 국가의 주요 자리를 온통 꿰차게 된 것일까? 콜리어는 어느 밑바닥 국가의 전 고위 공무원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이유를 들려준다.

“그는 내게 자신의 나라가 독립하기 바로 직전으로 돌아가 학창 시절의 모습이 어땠을지 떠올려 보라고 주문했다. 학교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학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국가 건설 일꾼인 공무원이 되고 싶어 했다. 반대로 일찌감치 공부와는 담을 쌓은 채 싸움이나 하고 다니며 동급생들을 괴롭히던 학생들의 장래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이 어려운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공무원을 꿈꾸었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대신 그들은 군대에 들어가 군인이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했다. 그는 20년 앞으로 가 보자고 이야기했다. 쿠데타가 일어나고 군부가 정부를 통치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주먹으로 동급생들을 괴롭혔던 학생들이 다름 아닌 쿠데타의 주역이었다. 국가권력을 장악한 그들은 공공부문을 자기들 마음대로 휘어잡고자 하지만, 이미 공무원 사회에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과거의 우등생들과 맞닥뜨린다. 쿠데타의 주역들이 이들을 좋아할 리 없다. 따라서 그들은 이 똑똑한 사람들을 자신들과 비슷한 부류의 충성심 강한 사람들로 점차 대체해 나간다. 군부가 정권을 민간으로 이양할 때쯤이면 공무원 사회는 유명무실해져 있다. 국가발전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할 공무원 사회가 오히려 국가를 약탈하는 수단으로 돌변해 있는 것이다.” - p.288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가?

● 개발원조의 역설 / 선진국의 국내법 개정
가난한 나라들을 돕기 위해 선진국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정책수단이 개발원조이다. 하지만 콜리어는 개발원조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면서도, 그것인 최빈국들의 가난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콜리어가 얘기하는 원조의 가장 큰 문제는 밑바닥 국가들의 정부와 정책, 제도가 나쁘기 때문에 이들이 원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조자금이 부패한 관리들에 의해 중간에 빼돌려지고 더 나쁜 경우에는 군사비로 전용되기 때문이다. 더 아이러니한 경우는 선진국에서 주는 원조자금이 최빈국 정권에게는 그 자체로 수익기회이기 때문에, 정권 획득을 위한 쿠데타를 촉진하기도 한다. 나쁜 정부 때문에 원조가 낭비될 분만 아니라 원조가 나쁜 정부를 성립하도록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콜리어는 원조를 마구잡이로 주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이 제시하는 정책이행조건을 원조수혜국이 잘 이행하느냐에 따라 원조 규모를 늘리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콜리어가 얘기하는 또 다른 빈곤 해법은 선진국의 국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최빈국에서 빼돌려진 검은 돈이 선진국 은행에 투자되는 것을 막고, 선진국 기업들이 최빈국에 투자할 때 그 나라 정부에 뇌물을 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후진국의 부패한 권력자들과 결탁해서 이익을 보는 선진국의 은행과 기업들을 징벌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나이지리아의 전 군부 독재자 사니 아바차가 사망하기 직전인 1998년도에 스위스 은행에 대규모 자금을 예치했다는 사실이 2000년도 무렵에 밝혀졌다. 사니 아바차 사후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 돈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스위스 정부가 협조하지 않아 추적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최근까지 프랑스 기업은 밑바닥 국가에서 건설이나 천연자원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지불하는 뇌물을 기업 운영상의 손금(損金) 정도로 처리해 왔다. 결국 이런 선진국의 ‘파렴치한’ 행동이 밑바닥 국가들을 부패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콜리어의 지적이다.

● 군사적 개입을 어떻게 볼 것인가?
폴 콜리어가 기존 빈곤 문제를 다뤘던 제프리 삭스(『빈곤의 종말』)나, 윌리엄 이스털리(『백인의 부담』)와 구별되는 지점은 그가 밑바닥 10억으로 표현되는 최빈국들에게 원조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중 콜리어가 특히 중시하는 것은 군사적 개입이다. 콜리어는 분쟁을 끝내고 평화와 질서를 유지해야만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밑바닥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능력이 없다. 현실적으로 그들은 외부의 군사적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즉 UN의 평화유지군이나 EU의 신속대응군처럼 국제사회의 협력에 의해 창설된 군대가 분쟁 초기에 신속히 개입해서 분쟁의 확산을 막거나, 반란집단의 발호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국?적인 군사 개입은 쿠데타를 막고 안정된 정부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콜리어의 주장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한 군사적 개입은, 실제 밑바닥 국가들에서 벌어진 대량학살의 경험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컨대 1993년 소말리아에서 작전수행 중이던 18명의 미군의 시체가 모가디슈 거리에서 끌려다니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 이 참극으로 미국 내 소말리아 철수 여론은 거세졌고,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최빈국들의 분쟁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기피됐다. 콜리어의 말대로 이 불똥은 엉뚱하게 튀었는데, 이듬해인 1994년대 르완다 내전에서 무려 50만~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학살당했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지만, 국제 사회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었다.

미군 철수에 따른 가장 큰 폐해는 무질서로 인해 소말리아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 아니라 ‘두 번 다시 군사 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엉뚱한 교훈 아닌 교훈이었다. 그러나 이런 교훈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입증되는 데는 몇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 르완다 내전으로 인해 50만 명에 달하는 인명이 살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전혀 군사개입을 고려하지 않았다. -p. 259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내게는 여덟 살짜리 어린 아들이 하나 있다.
나는 내 아들이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성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p. 359

아이티의 지진으로 인한 희생자 규모가 엄청나다는 속보가 이어지고 있다. 독립 이후 34번의 쿠데타를 경험한 아이티는 콜리어가 밑바닥 국가로 지목한 나라 중의 하나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카리브 해의 가난한 섬나라가 대재앙의 불운 덕분에 새삼 국제 사회의 도움의 손길을 받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사실 이들 밑바닥 국가들은 콜리어의 말을 빌면 ‘언제나 긴급 상황’이었고, ‘서서히 죽어 가고 있는 나라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빈곤의 경제학』은 출간되자마자 대단한 호평을 받으며 유명해졌고, 개발도상국 문제를 고민하는 선진국의 외교 및 원조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콜리어는 궁극적으로 최빈국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들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각국 정부가 이 문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최빈국 문제의 해결이 선진국의 국익에 기여함을 강조한다. 각국 정부가 근시안적인 이익 챙기기에 골몰하기보다는 대승적 견지에서 국제적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록 24번째 해외원조공여국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2008년과 2009년 22개 부자 나라 가운데 개발기여지수에서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콜리어가 지적하고 있듯이 밑바닥 국가들의 빈곤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 주변국들, 더 나아가 인류에게 해를 끼칠 수도 동반 상승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50여 년 전 우리나라도 원조수혜국으로서 선진국들의 지원을 통해 지금의 경제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처럼,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밑바닥 국가들을 지원하는 일은 대한민국이 세계 국가의 일원으로서 떳떳해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우리 사회도 아이티의 대참사를 계기로 밑바닥 국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그들의 구체적인 빈곤 해결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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